2008년 08월 27일
운전... 그리고 부부
아파트 주차장이 협소해 차를 댔다 저녁때 나갈일이 생기면 전화해서 서로 차를 빼주고 해야 한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는데 썩 운전을 좋아하시는 것같지는 않지만 어쩔수 없이 차를 가지고 다니시느 듯하다. 그런데 이 분이 전진만 되시고 후진은 안되시는, 주차엔 젬병이라, 그 분의 차가 막고 있으면 별수 없이 미안해 하며 내미는 자동차키를 받아 그분차 빼서 세워놓고, 내차 빼고 세워놓고, 다시 그분차 집어 넣고를 반복해야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는데 이상하게 동승석(조수석이지만 동승석이 공식 명칭인거 같다)쪽 사이드 미러가 안보여서 너무나 짙게 선팅된 창문을 내리고 살펴보니 지나치게 아래로 향해 있었다. 어쨌든 그분차 빼서 세워놓고, 내차 빼고 세워놓고, 다시 그분차 집어 넣고(그분의 특성을 고려해서 전진으로 해서 주차장을 빠져나갈수 있게) 나서 사고 나겠다 싶어 사이드미러건을 말씀드리니 그분 왈, "어쩐지 그래서 오른쪽 거울이 안 보였구나."하시는 거다. 내친김에 지나치게 핸들(스티어링휠이 맞나...)과 붙어있는 시트도 조금 뒤로 빼드렸다.
굉장히 겸손하신 분이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운전과 관련해서 상당히 답답하신 게 많았던 모양, 어줍잖게 얘기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신다. 그리고 엊그저께 집사람과 잠깐 집밖으로 나가는데 그분의 남편이신가 보다. 아내의 드라이버로서의 자질이 영 미덥지 않은 모양, 이것저것 잔소릴 하는데, "이건 왜 이렇게 해 놨어?" "저건 뭐야?"하시며 야단, 또는 힐난 조다. 자연히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고... 흔한 풍경에 아내와 나는 웃음이 지어진다.
흔히 "운전 가르치다 부부 사이 금간다."는 말을 하는데 딱 그 경우인 것 같다. 대부분의 아내들이 "드러워서 남편한테 운전 안 배운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 아주머니 역시 마찬가지 경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고 보니 아내도 운전면허가 없다. 바깥일을 상당히 오래한 데다 성격도 급한 편이라 운전면허가 있을 법한 캐릭터인데도,(더군다나 조수석 경력이 근 이십년이다 보니 어지간한 택시기사보다 서울 시내 길을 더 잘 안다.) 없다. 아내의 주장은 자신은 성격이 급해서 운전하면 사고난다는 것, 게다가 믿을 만한 점쟁이께서도 운전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아내는 사업을 시작하며 운전이 점차 절실해지긴 하는 모양이다. 가끔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소리를 한다.
그때 가서 아내의 운전을 지켜보는 나는... 어떤 남편일까?
# by | 2008/08/27 10:04 | My story | 트랙백 | 덧글(0)




